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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으로 가기..       제주도 놀기 기(記)
  올 초에 다녀온 이후 다시 가야 겠다고 결심한지 어언 8개월이 흘렀다.
일상에 쪼들려 사는것도 심심하고 마냥 놀러 다닐수도 없어 이리 저리 갈팡질팡한지 8개월이 되었다고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주말엔 거의 서울이외의 지역에서 놀아보리라 결심한지 대략 일개월 남짓 되는 어느때
지인으로부터 제주도를 가보자는 건의를 받아 떠나게 된 이틀간의 제주도

이틀동안 제대로 놀수 있는 곳이 있을까?
한라산을 가면 무조건 하루는 잡아먹을것이고
소소한 여러곳을 다니자니 수박 겉핥기 마냥 구경만 하다가 올것이고



아무튼 마음에 들지 않는 비행기를 타고 옆좌석에 앉아있는 사람을 붙잡기도 하고
앞좌석 등받이를 붙잡기도 하면서 마음을 달래니 제주도 공항에 도착..
-비행기 배 자동차 이런 이동 수단 말고는 진정 제대로 생겨먹은게 없단 말인가?-

공항에 도착하니 지인께서 마중을 나오신 덕택에 맛있는 저녁 식사와
괜찮은 분위기의 파도를 볼 수 있는 곳도 구경을 하고 성산일출봉을 가기 위해서
성산동에 숙소를 정하고 한밤중 일출봉 중턱까지 올라가 수평선에 보이는 희미한 불빛-어선-들을
잠시 보다가 조촐한 야참을 먹고 지도를 펼쳐서 결론없는 일정을 잡아본다.

각자 휴대전화의 알람,모닝콜..등 대략 6가지에 다다르는 시계를 맞춰놓고
시끄러운 소음에 아랑곳 하지 않고 깊은 잠에 빠져 든다.

몇시쯤일까? 이놈의 시계는 5분 간격으로 하나씩 하나씩 울려대는 꼴이
조금만 잠에 더 취해 있어도 부셔버릴지도 모르는 순간이다.



새벽녁 성산일출봉에서 볼 수 있는 아침 태양을 상상하며 부시시한 눈을 비벼 보지만 날이 별로다.
수평선위로 구름이 자욱하다.
일출을 보기엔 글렀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시간정도의 여유가 있으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다려 봤지만 태양은 이미 뜨기 시작하고 하늘은 금와 구리를 섞은듯한 적황색 빛이 구름에 비춰지며
일출은 모두 끝나버렸다.



동행인은 처음 올라오는 것이고 나는 두번째이며 지난번에 운 좋겠게도 이미 봤기때문에
이 사람이 일출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부셔지는 순간이라 조금은 아쉬웠다.

태양이 수평선 위로 떠 오르는 것을 보면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지평선이나 공평선-대기위- 위에 떠오르는 태양을 어떨까? 란 상상을 언제나 하지만
한국에서 지평선이 보이는 곳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것이 동쪽에 위치한지도 모르겠다.
공평선은 내가 파일럿이 아닌 관계로 당연히 못 볼거 같다.
꼭 한번은 봐야 할거 같은 생각에 잠기지만 보지 못할거 같은 허탈함도 뒤따른다.

우도행 배는 내가 바다를 거치는 배를 처음 타본 배일것이다.
모래사장을 밟아본것도 20대 중반이 처음이고 그 사이에도 한손에 꼽힐정도로
바닷가를 가본적이 없는 서울 촌놈중 촌놈이라 배를 타본다는것은
걱정 만땅 기대 만땅일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러나 기대도 걱정도 모두 한방에 휩쓸어 가버린것이 바로 성산동에서 우도까지 가는
배편이었다. 거의 5~10분정도 가며 바다는 고요하다 못해 한강 유람선 마냥 유유히 흘러간다.
-바람만 많이 불어오고 살짝 기우뚱 하는 정도-

당시는 얼마나 큰 아쉬움이었는지 이런걸 보고 설마 험난한 파도, 거친 바다라 하진 않겠지?
이럴바엔 차라리 다리를 놓아버리지 젠장.. 이란 생각마져 들게 했었다.

이번은 조금은 거칠어진 파도라 쬐끔 더 흔들렸으나.. 언제나 그렇듯
하품 한번 해주면 우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우도.
위에서 봐야 소 같이 보인다고 하는거 같기도 한데..
그 옛날엔 이름이 뭐였을까?
지도를 봐도 도무지 소같이 생기지 않았는데 왜 우도란 이름을 지었지?

아무튼 요상한것이 많은 섬중 하나

이곳도 역시 큰 등대가 있는데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사등대와 현 운행중인 활등대 두개가 나란히 있다
않쓰면 폐기 처분을 할것이지
뭘 그리 역사가 깊다고 그대로 두는지 무지에서 나오는 야릇한 시선 한번 보내준다.

완행버스의 마지막 역이라 할수 있는 산호해수욕장에 도착하니
하얀 산호 모래덕에 눈이 부신 하얀 벌판이 나타난다. 물론 약간(?) 이쁜 바다색도 빠질수 없는 곳이다.

조금은 작다고 느껴지는 모래사장이지만 신발에 느껴지는 다소 굵은 산호모래알들과
한껏 두손 가득 모아 산호를 퍼 올리면 각기 다른 수많은 생명체들의 시간을 볼 수 있다.
허공을 향해 힘껏 던져 보기도 하고 바다에 뿌려 보기도 하고..
발가락 사이로 들어온 산호 갯수를 헤아려 보기도 하고
기왕에 내 신발 사이로 들어올것이라면 이쁜 놈이 들어왔기를.. 상상 해본다.

이후부터 계속해서 분명히 움직이고 구경했지만 어디를 갔는지 그곳 이름이 무엇인지는 기억에 없다.



그날 숙소는 지인의 발이 넓은 관계로 어떤분께 신세를 지게 되었다.
한밤중 잠시 하늘을 보고 아무것도 없어 다시 들어와 씻고 잠시 야참을 먹고
누워 바로 잠든지 몇시간 후 숙소 아저씨께서 깨우신다.
일출을 봐야 하고 제대로 된 포인트를 아신다고 어여 준비하라는 말씀과 함께..

부랴 부랴 씻지도 않고 준비해서 바로 출사 장소를 갔는데 다행이 적당히 뜨는 해를 볼수 있었다.
난 일출을 찍으려 생각하진 않았기때문에 망원을 들고 가진 않았지만 약간은 후회스러운 느낌도 든다.
-당시 풍경이 무척 괜찮았슴.. 다만 그 아저씨께서 멋진 일출 사진을 찍은 관계로 다시 찍진 않아도
될거 같은 사진이었지만 아무튼 망원이 땡겼던 순간임-



어제 밤중 살짝 봤던 해변가 바위들이 있는곳을 동행인과 사진을 찍으러 갔는데
밤과는 완전히 다른 경치다.
왠만한 해변가 크기에 돌덩이들이 한덩어리로 되어 있어 모래 사장처럼 보이지만
밟아도 밟아도 꿈쩍도 하지 않는 모래섞여 하나로 된 큰 돌덩이..
용암인지 아니면 일반 사암인지 알순 없지만 단단해 보이진 않는 모래바위
물결에 깍이고 깍여 이상한 형체를 띄고 간간히 바다물에 못이겨 부러진 것들도 있다.
아침의 따뜻하고 붉은 햇살을 받으며 들어난 그의 형체는 거대한 노도(怒濤)와도 같았다.

아침에 멋진 아침노을과 광열한 태양 그리고 그것에 힘을 실은듯 힘넘치는 바위
이것이 둘째날 아침의 시작이었다.

이날 아침을 먹지는 않았다.
왜냐면? 마라도를 가야 하기때문이다.

마라도의 짜장면집..
마라도 얘기 하면 꼭 나오는 말중 한가지. 짜장면집에서 짜장면 또는 짬뽕을 먹어봐라..

해물 짜장?
해물 짬뽕은 장사가 않되었는지 메뉴에서 사라졌고 오직 짜장만이 가능하다는 그 오만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난 중국집인줄 알았으나 일반 식당 -뭐 어떤 텔런트의 선전에 힘입어 유명세를 톡톡히 하는 모양임-

들어가면 벽면에 붙어있는 온갖 감언이설들이 난무한다.
'맛있어요' '최고의 짜장면이었어요'.... 등 똑같은 결론을 수도 없이 붙여놨다.
-아마도 맛 없다고 적었거나 다른 소리를 한 내용은 붙이지 않았을지도-

마침 아침을 먹지 못하고 마라도에 들어갔으니 출출하여 동행인과 같이 시켰으나..

먹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맛없으면 돈 돌려 준다'고 붙여있던데 한번 말해 볼까?

해물 짜장 쩝쩝쩝
도데체 뭐때문에 해물 짜장이라 하는지 모르겠다.
돼지고기 대신 해산물이 들어 있는 것도 아니고
오징어 한두점과 소라 채 썰어서 한두점, 그리고 결정적으로 깐 새우(국적 불명) 한두개

가격은 오천원..

국내에서 짜장면 가격이 오천원 이상인 곳이 몇곳 있을게다.

그러나 이곳은 이천원을 주고 먹으라 해도 먹기 싫다.
기본적으로 맛이 없고 이름과는 전혀 관계 없는 일반 짜장일뿐이고..
-배가 고파도 맛이 없다고 느낀것을 봐서는 조금만 속이 차있었으면 거들떠도 안볼 음식이다.-
마라도 까지 가서 짜장면 먹느라 시간을 허비한 내 자신이 우끼단 생각마져 든다.
오천원에 합당한 서비스는 당연히 있을턱이 없다.

삐리리한 비리가 있던지 말던지..
차라리 만원을 받고 오천원치 해산물을 가득(맛이 있던 없던) 넣어놓던가..
아니면 개딱지 만한 마라도 전역에서 배달을 시킬 수 있던가?
-바다 구경하면서 짜장면 먹는 기분도 나쁘진 않을듯 한데-

이것도 저것도 안할바엔 없어졌으면 좋을거 같은 풍경중 하나인듯 하다.
-섬에 어울리는 훌륭한 건물도 아니고.. 그 돈 벌어서 자선사업하나?-

마라도는 나에게 많은 의미를 부여한곳이다.
한국의 남한땅이 이렇게 작은가?
외국은 이보단 더 크겠지? 얼마나 더 클까?
양놈들처럼 좀더 먼곳의 섬을 우리가 먹으면 안될만한 이유라도 있었나?
뭐냐? 마라도에서 제주도가 보이잖어.. 뭐 이렇게 가깝냐?

그렇다.
내가 외국을 생각하지 않았다가 생각해봐야 겠다는 결정적인 이유를 만든 섬이다.
-이런 생각을 한다 해도 외국에 나갈 마음은 아직까진 없는듯 하다-

섬이 온통 못생긴 팬션들로 난무한 난지도 같은 섬

좋은 인상을 받기엔 무리가 있지만 그래도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섬이라 빵점을 줄수는 없을거 같다.

이곳에서 나와 요상한 사진 포인트를 발견한 동행인은 그쪽 부두로 걷고 또 걷고
직선 거리로는 얼마 되지 않는데 돌아가니 제법 긴 거리..
총 세개의 등대들이 나란히 배열된 한곳

작품사진에 나온 포인트가 그곳인지는 잘 모르겠고 그 사진이 작품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사진속의 그림이 눈앞에 실물로 있다는 것 자체가 묘한 기분을 자아냈다.



또다시 걸어다니는 이상한 여행.
제주도가 맞는데 걸어도 걸어도 바다는 보이지 않는 이상한 길..
날이 봄날씨 마냥 따뜻하여 걷는데 힘들단 생각도 들지 않고 걷다보니
슬쩍 나오는 농가 그리고 그 곳만의 시내가 눈에 보이면서 배가 고파진다.
-맛없고 양 적은 짜장 한그릇으로 오후 2~3시까지 버티다 보니-

동네를 가면 그 곳에 맞는 토속 음식을 먹어야 예의겠지만 제주도 음식을 아는것이 없어서
갈비탕 하나 먹어주는데 맛있다.
지금 생각해도 군침이 돌게 하는 그때 그 갈비탕
밥 한그릇에 시원한 맥주 한잔 들이키고 나니 어느덧 해가 서쪽으로 기울려 하는 찰라
택시로 숙소까지 몸을 실어 보낸 늦은 오후

이제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동행인은 몇일 더 지내고 서울로 온다 하니 나혼자 가야 하고 비행기 티켓은 없는 상태
일단 일과가 끝나면 대기로 기다려 봐야 겠단 생각으로 가본곳이 용머리 해안-맞나?-

오호! 이곳에 돌덩이들이 꽤 멋진데?
이런 곳의 사진을 찍어서 제대로 살린적이 한번도 없기에 그냥 구경만 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사진여행인데 가만히 보고만 있어선 않되겠다 싶어 필름을 들이대지만
눈과 파인더가 따로 노는데 할말을 잊게 만든다.



또 가보고 싶으나 그 곳에서 해산물을 파는 할머님들때문에 솔직히 사진을 찍기는 좀 그렇다
-각각 괜찮은 위치엔 어김없이 앉아서 해삼등을 판매하는 할머님들이 있슴-
입장료 내는 곳에 있어도 될것을 왜 그 곳까지 들어와서 판매를 하시는지 덕택에 사진 찍으려 구도를
잡다가 포기한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는데.. 이런경우는 관광지를 위해서라도 밖에서 판매하게하면
않되는 것일까? 너무 냉정한 처사일까?

멋진 곳에선 어김없는 판매상들이 그 곳을 이상하게 만들지만 서로 서로 먹고 살아가는 것이니
약간씩 양보를 했으면 하는데 그게 잘 되진 않는가 보다.
-제주도 전체가 관광지라 그런지 항상 그런곳엔 장사치들이 판을 친다.-

아무튼 제주에서의 마지막은 이것으로 끝이 난줄 알았다.

버스를 기다리려 어떤 절을 가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바로 그 위쪽에 있었슴-
태양이 뉘억뉘억 서쪽 바다속에 볼일을 보러 기울고 있을 무렵
구름에 가렸으나 힘을 과시하듯 삐져 나오는 빛의 선들이 화각 180에 다다를정도로 방대하게
펼쳐진다. -15미리 화각으로도 부족했슴-



놀랍다.
서울에서도 간간히 구름 사이로 삐져나오는 빛을 볼수는 있지만
이렇게 크고 거대한 것은 본적이 없었기때문이다.
무지개 하나 큰놈만 있었도 란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훌륭했다.

시야가 탁 트인 곳에 적당한 구름과 그뒤에서 위용을 떨치는 태양
그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가려진 구름의 틈세 틈세로 나오는 거대한 여운들
구름은 산산조각나 흔적도 없이 사라질거 같다.

이번 제주도 여행은 이것으로 피날레를 장식하고 끝이 났다.

비행기표가 없어 대기표로 다행히도 당일에 와서 더욱더 홀가분한 여행인거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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