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창작 음악극, 창극들은 좀 무엇인가 어색함이 있었다. 이게 한국 발음때문에 잘 안붙는건지 아직은 완성형이 아닌 진행형에 가까운것인지 혹자는 한국 음악극도 외국 나가면 극찬을 받는다고 하던데 나는 국내 고유 창작 음악극중엔 그렇게까지 감동을 받은건 솔직히 없었다. 물론 브로드웨이 뮤지컬 쪽도 크게 감흥이 있거나 한건 아니지만 (연기를 하면서 노래를 한다는게 잘 안붙은거 같기도 하고. 우리가 말할때 음율을 넣진 않으니)
돌쇠전은 고전은 아니고 예전에 우수갯소리로 '왜 돌쇠에게만 쌀밥을 주십니까?'라는 것도 있듯 그냥 섹스코미디일거라 생각은 했었다. 초반에 소리꾼이 나와서 분위기를 한껏 올리는 것을 봐도 일단 희극(코미디)인것만은 틀림 없어보인다. 소리꾼? 난 이 부분에서 창극인가 싶었다. 그리고 배우는 상대적으로 훤칠하고 젊음이 물씬 풍기는 젊디젊은 청년 그래서 젊은 배우들께서 창극으로 한바탕 하려나보다 싶었는데 이게 웬일인가.
외국 뮤지컬 같은 조명과 사운드 그리고 노래(창은 안나옴) 전형적인 서양 뮤지컬의 구성을 따른다. 내용은 돌쇠전???
에로스와 프쉬케를 모티브로 했다는데 시라노와도 흡사하다. 아마도 시라노때문인지 이와 비슷한 류의 신원을 감추고 진행되는 문학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음악극 아닌가. (뮤지컬이란 말은 가무극이 더 잘 어울릴수 있긴 함. 춤사위도 남다름)
처음엔 뮤지컬 시카고가 떠올랐다. 어? 약간 아류인가? 싶은 기분이 살짝? 꼭찝을수 없는 어떤 분위기를 가져온건가? 이대로 진행되면 블랙 코미디인가? 아니면 스릴러? 일단 저들이 풍기는 느낌은 느와르하곤 거리가 너무 멀기때문에 이건 아닐거 같았다.
어느순간 몇번째 노래 넘버가 흘렀을까? 아직 초반인데 지킬엔하이드가 보이는거 같은 기분이 든다? 왜? 역시 꼭찝어 무엇이라 표현하긴 어렵지만 노래풍이 전반적으로 비슷한 느낌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들은 각 작품마다 노래의 묘한 색채가 있는데 내용과 얼마나 잘 붙냐에 따라 흥행이 결정되는거 같음)
이 느낌도 잠시 점점 이들만의 고유한 색채로 넘어간다. 가끔씩 소리꾼이 아니리(해설)를 해주고 내용 자체는 초반에 소리꾼이 말한대로 그렇고 그런 이야기지만 단 세명이 동분서주하며 무대를 장악하는데 숨돌릴틈을 주지 않고 100분을 몰아붙친다. (거의 막판엔 저들은 암전도 거의 없어서 물도 못마셨을텐데. 라는 걱정마져 들 정도)
요 근래 몇몇 창작 가무극, 음악극들을 보면 우리만의 자리를 잡으려 하는가?라는 좋은 기분이 든다.
아마도 오늘 본것은 정동극장세실 정도 규모에 잘 맞는 최고의 창작 음악극을 본거 같다. 고전이나 그것을 표방한 대부분의 작품들의 내용에서 기대할건 솔직히 별로 없다. 어차피 호랑이 담배피던 조선, 고려 혹은 그 이전, 아니면 판타지 '전설따라 삼천리'? 같은것이니 아무리 새롭게 재해석했다고 난리를 쳐도 거기서 거기일뿐 문제는 어떻게 표현하고 무엇으로 구성하고 전개를 어떤식으로 해서 관객에게 뻔한 이야기에 숨결을 넣어줄것이냐인데
오늘의 돌쇠전은 노래, 춤, 분위기, 적절한 각종 요소와 장치, 틈없는 묘한 긴장감과 그것을 깨트리지 않으면서도 웃음이 사라지지 않지만 때론 충분히 눈시울이 뜨러워지기도 하는. 별볼일 없는 이런 내용에 이런 생명력을 넣을수 있다고? 이런 시답지 않은 내용을 가지고 저들은 이렇게 진진하게 온 힘을 다해 표현한다고? 허탈하면서도 벅찬, 빈듯하지만 모든것이 가득 들어차있는 훌륭한 음악극.
하지만 가족이 보기엔 어려움이 있다. 이유는 분명히 성인물이다. 그러니 연인, 부부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마음을 열고 웃기면 웃고, 슬프면 슬퍼하고, 황당하면 벙쪄있으면 된다. 저들이 안내하는대로 따라가다보면 어느샌가 즐겁고 행복해지게되는 아름다운 공연이 된다. 단 상상력이 너무 많으면 조금 야할수 있음은 주의해야 함. (야한 장면은 안나오지만 야한 생각을 하도록 하는 장면은 몇 있음)
연휴 내내 참 좋은 연극들을 봐서 연휴를 알차게 잘 보낸거 같다.
출연 : 박근식, 강수진, 김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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